혼돈에서 기회로
Kaia MEV 슬롯 경매 기술 분석
우리가 당면한 MEV 문제
2025년 8월 4일 밤 10시 47분, 한 사용자가 Kaia에서 단 한 번의 스왑 거래로 90만 달러를 잃었습니다. 해당 사용자는 50만 oXRP(약 150만 달러)를 440만 KAIA(약 63만 달러 상당)로 교환했고, 그 결과 가격 충격으로 DEX에서 oXRP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무너졌습니다. 차익거래자(arbitrageur)들이 가격을 다시 맞추는 데 13분이 걸렸고, MEV 서처들은 이를 “전설의 돈복사(legendary money printing)”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비슷한 일은 불과 몇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2024년 초에 있었던 948,221 KAIA 스왑은 단 몇 초 만에 1만 건이 넘는 경쟁적 차익거래 트랜잭션을 촉발했고, 그 여파로 네트워크 레이턴시는 최대 2분까지 튀어 오르고 가스 수수료는 30배까지 치솟았습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분명합니다. MEV는 고칠 수 있는 버그가 아니라, 블록체인 설계에 내재된 특성이며 “관리”의 대상이라는 걸 말이죠.
MEV가 불가피한 이유
MEV(Maximal Extractable Value)는 블록체인이 트랜잭션을 하나의 블록 단위로 “묶음 처리”(batching)하는 구조에서 발생합니다. 각 블록은 트랜잭션의 순서를 재배열하거나, 포함하거나, 제외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며, 이로부터 대표적인 세 가지 MEV 전략이 나옵니다.
- 아비트라지(Arbitrage): 여러 DEX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전략
- 프론트러닝(Front-running): 유저 트랜잭션보다 먼저 자신의 트랜잭션을 넣는 행위
- 백러닝(Back-running): 유저 트랜잭션 바로 뒤에 자신의 트랜잭션을 붙이는 행위

보통은 MEV를 “없애야 할 문제”로 보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MEV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에 Kaia는 v2.1.0에서 기존에 파괴적인 요소로 여겨지던 MEV를, 통제 가능한 시장 메커니즘으로 재설계해 그 이익이 생태계 전체에 돌아가게 하고자 합니다.
현 MEV 경쟁의 문제
현재 관리되지 않은 MEV 환경에는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서처(searcher)들이 경쟁적으로 트랜잭션을 쏟아부어 네트워크를 스팸 수준으로 과부하시켜 전체 성능을 떨어뜨립니다. 둘째, 더 좋은 인프라를 가진 자본력 있는 플레이어들이 MEV 기회를 사실상 독점합니다. 셋째, 특정 서처와 밸리데이터가 담합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온체인 메커니즘이 없습니다.
그 결과 유저 입장에서는 가스비 변동성이 커지고, 트랜잭션 확정 지연으로 피해를 봅니다. 네트워크는 수천 건의 실패한 아비트라지 시도를 처리하느라 리소스를 낭비합니다. 마지막으로, 생태계에서 나온 가치는 소수의 전문적인 플레이어들만의 몫이 됩니다.
Kaia의 해법: 슬롯 기반 백런 경매
Kaia v2.1.0은 슬롯 기반 백런 경매(slot-based backrun auctions)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합니다.
이제 서처들은 블록 스페이스를 향해 맹목적으로 가스 경합을 펼치는 대신, 수익성 있는 타깃 트랜잭션 바로 뒤에 붙는 보장된 실행 슬롯을 두고 투명한 봉인입찰(sealed-bid) 경매에 참여합니다.
이 모델을 작동케 하는 세 가지 주요 설계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세분화된 경매 단위
이더리움의 MEV-Boost가 전문 블록 빌더에게 “전체 블록 생성 권한”을 경매로 넘기는 것과 달리, Kaia의 방식은 특정 백런(backrun) 기회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즉, 서처는 블록 전체 순서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타깃 트랜잭션 뒤에 붙는 슬롯에 대해 입찰합니다.
이 설계의 핵심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블록 프로포저(proposer)는 여전히 블록 구성에 대한 전체 권한을 유지합니다.
- 서처는 투명한 경매를 통해 특정 MEV 기회에만 접근합니다.
- 별도의 프로포저-빌더 분리(PBS)나 트랜잭션 번들의 재정렬, 블록 생산 중앙화 없이도 동작합니다.
2. 네트워크 효율성
스팸성 트랜잭션 레이스를 경매 기반 메커니즘으로 대체함으로써, 시스템은 대부분의 불필요한 네트워크 로드를 제거합니다. 과거 전설처럼 회자되던 “수백만 건 단위 트랜잭션 폭주”는 이제 구조화된 경매 플로우로 정리됩니다.
3. 공정한 경쟁
개인 개발자든, 기관급 서처든 동일한 규칙 아래에서 경쟁합니다. 규칙은 단순합니다. 최고가 입찰자가 슬롯을 가져갑니다. 특별한 콜로케이션, 프라이빗 피어링, 검증자와의 비공개 관계 같은 인프라 우위에 기대지 않아도 됩니다.
경매 시스템 작동 방식
Kaia의 MEV 경매 시스템은 프로토콜 하드포크 없이 통합됩니다. v2.1.0을 사용하는 합의 노드(CN)는 새로운 RPC 네임스페이스 auction_submitBid를 통해 경매 관련 트랜잭션을 처리하지만, 코어 합의 알고리즘인 Istanbul BFT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경매인(Auctioneer)
경매인은 독립적인 상태 비저장(stateless) 서버로, 봉인입찰 경매를 처리하고 이상 행위를 모니터링합니다.
이 stateless 아키텍처는 운영 비용과 진입 장벽을 낮춰 장기적으로 경매인의 탈중앙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현재는 Kaia 재단이 별도 경제적 인센티브 없이 운영하며, 공정한 경매 결과와 사기 탐지를 위한 중립적인 조정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조기 마감(Early Deadline, ED) 메커니즘
조기 마감(ED)은 현재 블록 주기(블록 n) 안에 설정된 보호 장치입니다. 역할은 간단합니다. 경매 결과가 다음 블록 제안자에게 제때 도달해 블록 n+1에 포함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 시간 경계 때문에 경매 입찰과 일반 트랜잭션의 포함 규칙이 달라집니다.

- 포함 규칙
– 경매 트랜잭션: 낙찰된 백런 번들은 다음 제안자가 블록 n+1에 삽입합니다.
– 일반 트랜잭션(Ordinary tx):
1. t ≤ ED(n) → 블록 n+1에 포함 (다음 제안자가 시간 내에 볼 수 있음)
2. t > ED(n) → 블록 n+2에 포함
ED(n) 이후에 도착한 일반 트랜잭션은 시간 페널티를 받고 n+2로 밀리지만, 낙찰된 경매 입찰은 ED(n) 이후에 도착해도 “채굴 시작 전까지” 합의 노드에만 도달하면 됩니다.
ED가 없다면 경매는 제시간에 끝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ED(n) 이후에 대형 스왑이 들어와 다수의 백런 기회를 만드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ED가 없다면, 경매 결과가 다음 제안자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다음 블록이 제안될 수 있습니다.
ED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매를 끝낼 충분한 시간이 있는 트랜잭션만 블록 n+1 후보가 되도록 보장
- 네트워크 성능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서처가 참여할 수 있도록 타이밍을 적응형(adaptive), 설정 가능(configurable) 파라미터로 두는 것
- 일반 트랜잭션은 ED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고, 낙찰 입찰은 채굴 시작 직전까지 처리 시간을 확장해 경매 입찰에 구조적 시간 우위를 부여

스마트 컨트랙트 레이어
이 시스템은 EIP-4337의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 아이디어를 참고해, 예치금(deposit) 기반 모델로 검증과 실행을 관리하는 두 개의 핵심 컨트랙트를 사용합니다.
- AuctionEntryPoint: 입찰 검증, 백런 트랜잭션 실행, 가스 환불 처리
- AuctionDepositVault: 서처 예치금 관리, 출금¹ 처리, 낙찰 입찰금 정산
실시간 투명성
모든 경매 결과(낙찰 입찰, 실제 추출된 MEV 등)는 Kaia의 MEV 익스플로러(MEV Explorer)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됩니다. 이를 통해 경매 과정 전체가 투명하게 드러나며, 실행 슬롯이 항상 최고 입찰자에게 공정하게 돌아갔는지 누구나 검증할 수 있습니다.
합의 노드에서의 실행 흐름

합의 노드(CN) 기준으로 MEV 경매 트랜잭션의 라이프사이클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검증(Validation): 블록 번호, 입찰 금액, 경매인 서명, EIP-712 기반 서처 서명, 논스(nonce) 유일성 확인
- 입찰 처리(Bid Processing)²: 예치금 잔액 확인 후, 입찰 금액을 AuctionFeeVault로 이체
- 실행(Execution): 논스 증가(재실행 방지), 백런 콜을 실행 (성공/실패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
- 가스 환불(Gas Refund): 실제 사용된 가스를 서처 예치금에서 차감. 이를 블록 보상의 일부로 프로포저에게 전달(실제 규모는 미미한 수준으로 예상)
이러한 다단계(Multi-phase) 설계는 다음과 같은 여러 공격 벡터를 효과적으로 방어합니다.
- 악의적인 리버트(Revert) 입찰: 트랜잭션 실행 주체는 검증자이므로, 서처가 고의로 트랜잭션을 실패(Revert)시키더라도 블록의 유효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 재전송(replay) 공격: 각 입찰마다 고유한 논스 값이 순차적으로 증가하므로, 동일한 입찰을 중복해서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 무단 조작: 서처와 경매인 양측 서명을 모두 요구해 입찰 진위성을 검증합니다.
- 밸리데이터의 일탈 방지 (Validator Non-compliance): v2.1.0을 구동하는 CN(합의 노드)은 경매 결과를 처리하는 로직을 노드 표준 기능으로 내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밸리데이터가 낙찰된 입찰을 무시하거나, 임의로 교체 또는 조작할 경우, 별도의 사기 탐지(Fraud Monitoring) 프로세스가 이를 즉시 감지합니다.
경제 모델: 인센티브 구조의 최적화

경매 수익은 MEV 가치를 다시 생태계로 순환시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블록 프로포저(10%): 경매 결과를 준수하고, 정해진 슬롯 순서를 유지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합니다.
- 에코시스템 펀드(90%): 개발, 파트너십, 전략적 토큰 소각 등 생태계 성장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합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 타깃 트랜잭션: 10만 달러 규모의 USDT → KAIA 스왑
- MEV 기회: 1,500달러 수준의 아비트라지 가능
- 낙찰 입찰가: 백런 슬롯에 1,000달러 입찰
- 분배: 프로포저에게 100달러, 생태계에 900달러
기존 구조에서는 이 1,500달러 전부가 밸리데이터와 최적화된 봇에게만 돌아가고, 네트워크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합니다. 새 모델에서는 대부분이 에코시스템으로 되돌아갑니다.
전체 경매 플로우
MEV 슬롯 경매의 엔드투엔드 플로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MEV 탐지(약 100ms): 서처가 네트워크를 모니터링하며 수익성 있는 타깃 트랜잭션을 식별합니다.
- 입찰 제출(약 100ms)[2]: 서처는 봉인입찰을 구성해 경매인에게 전송합니다.
- 경매 종료(약 200ms): 최고 입찰가가 자동으로 낙찰됩니다.
- 블록 빌드: 낙찰된 백런 트랜잭션이 타깃 트랜잭션 바로 뒤의 보장된 슬롯에 배치됩니다.
- 결과 기록: 모든 결과가 온체인에 기록되고, MEV 익스플로러를 통해 조회 가능합니다.
보안 및 공정성 메커니즘
시스템은 네 가지 보호 장치를 통해 보안과 공정성을 확보합니다.
1. 슬롯 기반 순서 보장(Slot-Based Ordering Guarantee)
- 타깃 트랜잭션이 항상 백런 트랜잭션보다 먼저 실행되도록 보장합니다.
- 낙찰된 각 입찰에는 명확한 슬롯 번호가 부여되어 실행 순서가 예측 가능합니다.
2. 트랜잭션 풀 공유(Transaction Pool Sharing)
- 합의 노드는 펜딩 트랜잭션 목록을 경매인과 공유합니다.
- 경매인은 이 정보를 모든 참여 서처에게 브로드캐스트해 정보 비대칭을 줄입니다.
3. 조기 마감(Early Deadline) 강제
- 일반 트랜잭션은 ED 이후 도착하면 다음 블록으로 밀리는 시간 페널티를 받습니다.
- 경매 입찰은 ED 이후에도 도착할 수 있지만, 채굴이 시작되기 전에 합의 노드에만 도달하면 되므로 구조적 시간 우위를 갖습니다.
4. 실시간 모니터링(Real-Time Monitoring)
- 경매인은 밸리데이터가 입찰을 무시하거나, 대체하거나, 수익성 있는 트랜잭션을 숨기는 등 MEV 경매 규칙을 어기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합니다.
무엇이 달라지나?
Kaia의 MEV 경매 시스템은 블록체인의 필연적인 난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없앨 수 없다면,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답이지요. 이 시스템을 통해 다음과 같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경쟁적 MEV 추출로 생기던 네트워크 혼잡을 완화
- 경매 수익을 에코시스템 성장과 토큰 이코노미 개선에 재투자
- 인프라 수준과 무관하게 MEV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보다 공정한 시장 형성
이 시스템은 2025년 10월 Kaia v2.1.0 릴리스와 함께 Kairos 테스트넷에 도입되었으며, 블록체인 효율성과 공정한 시장 메커니즘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처로 시작하기
참여를 고민 중인 서처나 옥셔니어 역할을 준비하는 개발자라면, 코드 샘플, API 레퍼런스, 배포 가이드를 포함한 기술 문서를 Kaia 공식 문서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서처들은 “가치 탈취를 위한 봇 레이스” 대신, 경매장에서 경쟁합니다. 네트워크는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경매 수익의 90%는 다시 Kaia 생태계로 환원됩니다.
¹ 출금은 2단계 프로세스를 거칩니다: 1) 서처가 먼저 출금을 예약(Reserve)한 뒤, 2) 60초의 락업(Lock) 기간이 지난 후에 출금을 완료합니다. 이는 경매 조작 시도 중 자금을 즉시 빼돌리는 행위(Capital Flight)를 방지하기 위한 보안 조치입니다.
² 서처는 타깃 트랜잭션 해시, 입찰 금액, 실행 콜데이터(Calldata), 가스 한도를 포함한 봉인입찰(Sealed Bid)을 생성합니다. EIP-712 구조화된 서명을 사용하여 입찰 파라미터(블록 번호, 논스, 입찰 금액, 콜데이터)에 서명합니다. 경매인(Auctioneer)은 이 서명을 검증한 뒤 낙찰된 입찰에 자신의 서명을 추가해 합의 노드로 전송함으로써, 서처의 부정행위와 무단 입찰 조작을 모두 방지합니다.